무서운 미국 MLB의 애국주의 keeping2008/05/23 12:22
Baseball, やきゅう, 야구, 棒球
2001년 9월 11일 충격적인 테러로 인해 메이저리그는 9월 16일까지 일주일 정도 잠정 중지되었다. 9월 17일부터 다시 재개되었을 때에 눈에 들어온 것은 관중석을 비롯한 구장 곳곳에서 물결을 치고 있는 성조기였다. 게다가, 선수들의 유니폼은 물론이고, 모자, 헬멧 등에도 한명의 열외없이 빠짐없이 성조기가 자리를 잡고 있었다. 또한, 세븐 이닝 스트레치에서는 'Take me out to the ballgame'이 아닌 'God Bless America'가 불려졌다. 야구장에서 야구가 아닌 애국 선언 대회가 펼쳐지고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상식이 용기가 된 911 이후의 미국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성조기나 'God Bless America'가 불려질 때에 기립하지 않거나 경의를 표시하지 않거나, 혹은 반전 문구가 적힌 옷 등을 입고 야구장에 간다는 것은 맞아 죽고 싶다는 또 다른 표현일 뿐이다. 국가가 위기에 처했을 때에 인종과 출신지, 남녀노소 등을 불문하고, 성조기 아래에서 일치단결하는 모습에서 미국이 세계 최강국으로서 군림하고 있는 배경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911 이후 미국을 휩쓴 성조기 아래의 대동단결은 강요된 애국주의라고 할 수 있었다.
미국에서도 국가적인 기념일에 집집마다 성조기가 걸리지만, 911 테러 이후에는 특히 '미국의 적'이 된 아랍계 가정에서는 앞을 다투어서 성조기를 내걸었고, 이것은 '자신은 미국의 적이 아니다'는 암묵적인 표시가 되었다. 또한, 성조기가 프린트된 옷 등을 입은 아랍계나 동양계 등 미국 사회의 마이너리티도 적지 않았다. 그들에게 성조기는 자신의 안전을 지키는 수단이었다. 즉, 미국 사회의 마이너리티가 보인 표면상으로는 주류 사회와 다를 것 하나 없지만, 실질적으로 안전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그런 가운데, 2년 이상이 지났다고 해도, 앞선 글에서 언급한 카를로스 델가도가 자신의 신념과는 다르다는 이유로, 세븐 이닝 스트레치에서 'God Bless America'가 불려질 때에 기립하지 않은 것은 보통 이상의 용기 없이는 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 사실 카를로스 델가도의 행위는 미국의 법이 보장하고 있는 합법적인 행동이었다. 1943년 미연방 대법원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학생 등에게 국기에 대한 경례나 맹세를 강제하는 것은 수정 헌법 제1조를 위배하는 행위라고 바넷 판결을 통해서 선언하였다. 또한, 1977년에는 미국 시민권을 가진 카를로스 델가도에게 "U.S.A.U.S.A."라는 비난이 쏟아진 뉴욕의 연방 지법에서도 "국가가 연주되거나 성조기가 게양되거나 할 때에 기립을 할 것인지 앉아 있을 것인지는 개인의 자유이다."고 판결했다. 결국, 묻지마 애국주의에 눈이 먼 관중들에 의해서 자신들의 법에 의해서 보장된 행동을 한 카를로스 델가도를 '모난 돌'이나 '엉덩이에 뿔이 난 놈'으로 만든 것이다.
그렇다면, 911 이전에 메이저리그에서는 애국주의가 없었는가? 결론부터 말하면, 메이저리그도 한국 프로야구와 마찬가지로, 경기 전에 국기가 게양되고, 국가가 울려 퍼지는 등 국가주의가 매 경기 행해지고 있다. 그리고, 거기에 맞춰서 관중들은 가벼운 마음으로 경의를 표시한다. 반면에, 일본 프로야구에서는 국기의 게양이나 국가의 연주 등이 행해지고 있지 않다. 당연히 미국, 한국과 일본이 다른 이유가 있다.
메이저리그가 가진 정치적인 목적
1970년대 이후로 NBA, NFL, NHL 등을 비롯해서 TV, 영화 등이 급성장하면서, 이전과 같은 절대적인 지위를 누리지는 못하고 있지만, 메이저리그는 여전히 '내셔널 패스타임'으로서 미국을 대표하는 프로 스포츠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다양한 오락과 스포츠 등이 일반화되고, 각자의 취향이 제각각인 상황에서도 메이저리그가 이러한 지위를 지킬 수 있는 배경에는 정치/사회적으로 중요한 목적이 내포되어 있기 때문이다.
뉴욕에 있던 한 사교 클럽의 놀이에서 시작된 야구가 전국적인 스포츠로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야구에서 미국의 정신이 깃들여져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각자 개성이 다른 9명의 선수가 같은 목표인 승리를 위해서 일체화되고, 규칙을 준수하면서, 또한 자신과 동료뿐만이 아니라 상대를 서로 존중하는 특성이 야구에는 있다. 이것은 경쟁심과 인내심, 성실함에 권위를 존중하는 프론티어 정신과 합치한다. 여기에 유럽 각국에서 건너온 이주민들이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야구는 서로 다른 가치관을 가진 이주민 - 특히, 그 자녀들을 하나의 가치관으로 묶는 역할을 수행하였고, 이러한 야구의 역할을 통해서 사회의 안정성을 도모할 수 있었다.
또한, 능력과 노력만 한다면 누구에게나 기회는 주어진다는 '아메리칸 드림'을 실현하는 중요한 수단이었다. 실제로 메이저리그의 전설적인 선수들인 호너스 와그너, 라폴레옹 라조이, 베이브 루스, 루 게릭, 조 디마지오 등은 이주민이거나 그 자식들인 동시에, 노동자 계급이나 최하 빈민층 출신들이었다. 20세기 초중반까지 메이저리그는 다양한 민족과 문화가 모여서, 하나의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내는 멜팅 팟(도가니)이 실현되는 무대였다. 즉, 세계 각지에서 온 이주민을 성조기 아래에 하나로 묶는 역할을 메이저리그가 수행하고 있는 셈이었다. 이러한 이유로 대통령이 시구를 행하거나 세계대전 중에도 중단없이 경기가 계속될 수 있었다. 또한, 이러한 메이저리그의 역할은 그 이후로는 흑인, 히스패닉, 동양계 등 백인만이 아닌 모든 인종으로 확대되고 있다.
사실 '성조기'에는 상반된 두가지 이미지가 있다. 첫째는 미국의 독립과 연관된 '자유'와 '민주주의'이다. 두번째는 '침략'과 '차별'이다. 첫번째 이미지는 미국 안의 주류인 WASP(White Anglo-Saxon Protestant)가 가지고 있는 것이고, 두번째는 미국 밖과 WASP가 아닌 인종이 바라보는 시각이다. WASP 등에게는 성조기는 자유와 민주주의를 내세운 미국의 건국의 상징으로서 자랑스러운 것이다. 하지만, 독립 당시에 13개주에 불과했던 미국은 스페인, 멕시코, 인디언 등과의 전쟁을 통해서 지금의 50주로 확장되었고, 이후로도 '베트남 전쟁'으로 상징되는 침략 전쟁을 멈추지 않고 있다.
메이저리그의 애국주의가 갖는 모순
메이저리그의 경우에는 1947년 재키 로빈슨이 데뷔하면서, 오랫동안 유지되던 아파르트헤이트가 폐지되었고, 사회적으로는 1964년에 '시빌 라이츠 액트'가 제정되면서 공식적으로 인종차별은 사라졌다. 하지만, 1968년 멕시코 올림픽에서 200m 달리기 1위와 3위를 한 토미 스미스와 존 카를로스가 시상식에서 성조기가 게양되고, 국가가 울려 퍼질 때에 그들은 아래를 내려다 보면서 검은 장갑을 낀 주먹을 들어 올렸다. 이 행위에 대해서, 토미 스미스는 "미국의 백인들은 우리들이 승리하면 미국이 이겼다고 말하고, 반대로 나쁜 일이 있어면 흑인이 했다고 한다. 우리들의 항의는 미국 사회에서 흑인과 백인의 평등을 요구하는 권리이며, 흑인 사회의 단결을 보여주는 상징이다."고 말했다.
즉, 미국 사회를 모든 것을 녹일 수 있는 멜팅 팟(도가니)이라고 말해졌지만, 실제로는 백인이 아닌 미국인은 도가니 안에 들어갈 수 없었고, 그들만의 독자적인 문화에 목을 멜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현실이 반영된 것이 '샐러드 볼'이다. '샐러드 볼'이란, "다양한 이주민이 미국의 문화에 동화되고, 공통의 애국심을 가지게 된 것이 미국이라는 국가이다'는 인식에서 한단계 업그레이드해서,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뒤섞여 있지만, 그 속에서 조화를 이룬 사회"를 의미한다. 즉, '샐러드 볼'이 상징하는 것은 문화적 다원주의이다. 상대의 문화를 인정하는 것이 지금 현재의 미국 사회가 추구하고 있는 이상이라고 할 수 있지만, '세븐 이닝 스트레치'의 강요된 애국주의뿐만이 아니라 경기 전에 성조기가 게양되고, 국가가 연주되는 것은 '샐러드 볼'이 아닌 구시대적인 '멜팅 팟'의 유지일 뿐이다. 여전히 백인 이외의 인종은 교화의 대상인 동시에, 피지배자로 인식되고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이러한 메이저리그식 애국주의는 그들이 부르짖고 있는 '야구의 세계화'와도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 1947년에 재키 로빈슨의 등용을 통해서 흑인에게도 문호를 연 메이저리그는 미국 본토 밖인 몬트리올과 토론토 등에 구단을 창설하였고, 멕시코, 푸에르토리코, 도미니카 등 중남미에 베이스볼 아카데미를 만들어서 선수를 공급하는 젖줄로 삼는 등 오랫동안 아메리카대륙을 벗어나지 않는 먼로주의를 고수하였다. 그런 메이저리그가 본격적으로 아메리카대륙을 벗어난 것은 2000년 이후부터이다. 2000년에 처음으로 메이저리그의 공식전이 일본의 토쿄돔에서 열렸고, 2003년에는 메이저리그 사무소가 일본에 설치되었다. 또한, 2006년에는 야구의 월드컵이라고 할 수 있는 WBC가 개최되었고, 2008년에는 중국의 뻬이징에서 시범경기가 열리기도 하였다.
실제로, 시애틀에서 열린 2001년 올스타전에서 메이저리그의 커미셔너인 버드 셀릭은 "야구는 미국에서 태어났다. 하지만, 지금은 세계의 것이다."고 선언하였고, 필드 위에는 성조기만이 아니라 세계 30개국의 국기로 장식되었다. 그리고, 일본과 중국에서 각각 공식전과 시범 경기가 열린 올시즌에는 레드삭스의 홈구장인 펜웨이파크의 개막전 및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 증여식에서 레드삭스의 팬들이 있는 62개국의 국기가 나열되기도 하였다. 아이러니하게도 메이저리그가 '야구의 세계화'를 주장한 2001년이 또한 '묻지마 애국주의'가 강화된 원년이기도 하다.
한국이 되고 싶어하는 일본
게다가, 올시즌 메이저리그의 개막 로스터에서 미국 이외의 국적을 가진 선수의 비율이 28% - 2007년에는 역대 최고인 29%였다 - 에 이를 정도로, 메이저리그는 미국에서 대부분의 경기가 열릴 뿐 그 구성원의 국적으로만 봤을 때에는 상당한 세계화가 진척되었다. 또한, MLB.TV 등 인터넷이나 위성방송 등으로 메이저리그의 경기를 세계 어디에서나 즐길 수 있다. 결국, '내셔널 패스타임'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성조기 게양과 국가 연주는 '세계화'와는 정면 충돌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 지금 현재의 '메이저리그식 애국주의'는 MBC와 같은 미국인 아닌 미국인을 만들어낼 뿐이다.
어쨌든 메이저리그에서 경기 전에 국기가 게양되고, 국가가 연주되는 배경에는 다양한 인종과 민족을 하나의 아이덴티티로 묶기 위한 정치/사회적인 목적이 있다. 반면에, 일본 프로야구에서 국기의 게양과 국가가 연주되고 있지 않는 것은 국가주의에 매몰되었던 제국주의 시대에 대한 반성의 결과이다. 하지만, 최근에 전반적인 우경화 바람 속에서 1999년 8월 13일에 '국기 및 국가에 관한 법률'이 공포되고 시행되고 있다. 이 법률을 다시 군국주의화되고 있는 일본을 나타내는 상징으로 받아들인 시민 사회 단체들은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고, 게다가 입학식이나 졸업식 등에서 강제화함으로서 그 저항이 거세지고 있다.
한국에서도 언론 등을 통해서 일본의 우경화나 군국주의 부활의 신호탄 등과 같은 제목이나 내용을 쉽게 접할 수 있다. 그런데, 그 내용을 들여다 보면, 아이러니하게도 한국 사회에서는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것이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예를 들면, 위의 '국기 및 국가에 관한 법률'을 둘러싼 논란이나 한국의 주민등록증 제도에 비하면 '세발의 피' 수준인 '주민기본대장 네트워크 시스템'을 도입한 것 등을 들 수 있다. 일본 제국주의로부터 독립된 이후로 한국은 오랫동안 독재정권이 지배하였다. 그런 영향 탓으로 국가주의가 각 개인의 일상 속에서 아무런 의문없이 당연시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야구로 한정할 경우에는 야구블로거로서 초유명인인 윤석구님이 경기전 애국가 연주, 안하면 안될까에서 거론한 것처럼 경기 전에 애국가가 연주되고, 관중들은 기립한다. 이 기립 여부에 따라서 특별한 처별이 없다는 면에서 강제라고는 볼 수 없지만, 의심의 여지가 없는 의무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진위 여부나 그 근거 법률은 모르겠지만(혹시나 아시는 분은 댓글 부탁드립니다), 예전에 한국에서 벌어지는 스포츠 경기에서 국기 게양과 국가 연주는 법률적으로 강제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왜 한국 프로야구에서 경기가 시작되기 전에 국기 게양과 국가 연주가 행해져야만 하는 것일까?
그 이유는 이미 다들 알고는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통성 없는 독재정권이 자신들의 지배를 원할히 하게 위한 '애국주의 마케팅'일 뿐이다. '국가의 결정은 선이고, 그 결정에 무조건적으로 따르라'라는 함의가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잘못된 국가 권력의 명령에 순응한 군과 경찰 등에 의해서 저질러진 범죄 행위는 아마도 끝없이 나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한 경험을 공유하고 있음에도 여전히 국가주의가 한국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것은 일상 속의 당연함이 되어 버렸기 때문은 아닐지 싶다. 무엇을 위한 국기 게양이고, 누구를 위한 국가 연주인지, 또한 그것이 필요한 장소인지 곰곰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세계 인권 선언문 제 19조 : 모든 사람은 의견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에 대한 권리를 가진다. 이러한 권리는 간섭없이 의견을 가질 자유와 국경에 관계없이 어떠한 매체를 통해서도 정보와 사상을 추구하고, 얻으며, 전달하는 자유를 포함한다.
정말 학교에서 그 어떤 것보다도 '세계 인권 선언문'이나 '세계 아동 인권 선언문'이 읽혀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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